글또를 지원하기 위해 작성한 삶의 지도입니다.
첫 문단은 글을 쓰게 된 계기(대학교 3학년), 그다음 문단부터 고등학교 시절 → 현재로 서술됩니다.
이런 글을 쓸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을 쓰게 된 이유]
“죄송합니다. 너무 긴장을 해서 그런지 기억이 잘 안 납니다.” 터닝 포인트가 될 면접에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했습니다.
나름 철저하게 준비를 했지만, 그때에 대한 기록이 없었기 때문에 빈틈이 있었고 그걸 대처하지 못했습니다.
많은 노력을 기울인 프로젝트였지만, 정리되지 않은 코드와 잡담 섞인 슬랙 메시지 며칠 분량으로는 프로젝트를 온전히 설명하기 어려웠습니다. 제 것임에도 제 것이 아니게 된 것에 대해 큰 아쉬움을 느꼈고,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블로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야.. 재밌으니까]
컴퓨터가 좋아 관련 특성화고로 진학했지만 막상 개발이나 공부를 열심히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어떻게 하면 수행평가 웃기게 만들 수 있을지, 게임하는 옆 친구 컴퓨터 골탕먹일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어려운 개념이라도 재미를 위해서라면, 영어 문서를 정독하면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툴 사용법을 배워 써먹기도 했었습니다.
[우리 1년 더한다!]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 내신과 수능 성적은 바닥을 쳤기 때문에 선취업 후진학을 노리고 취업을 했습니다. 하지만, 일을 할수록 대학에 대한 미련이 커졌습니다. 앞으로 수십 년은 일할 텐데 몇 년 빨리 일하는 게 중요한가란 생각과, 학생 신분으로 여러 실패를 겪으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1년을 기숙 학원에서 밥 잠 공부 사이클을 반복했고, 수능이 대박이 났습니다. 덕분에 재수 때 받아온 성적이었으면 꿈도 못 꿀 학교로 진학을 할 수 있었습니다.
[화이트 해커(물리)]
대학 진학 후, 고등학교 때부터 관심 있던 보안 공부를 다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보안 분야에서 유명한 프로그램에 선발됐습니다. 저와 같은 흥미와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은 무척 신나는 일이었고, 문제 하나 풀려고 일주일 내내 삽질하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상용 서비스 취약점을 발견해 제보하고, 반년 가까이 어셈블리 프로그램만 작성하면서 리버스 쉘 코드까지 만든 경험은 대학 생활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날 정도로 의미 있는 경험들이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때의 경험들을 제대로 기록하지 못했었던 것입니다. 당시엔 제가 노력해 배운 것들은 잊을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기록을 남기기보단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해결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대학 생활에서 가장 즐거운 시기였지만, 반대로 제가 어떤 사람인지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가장 아쉬운 시기이기도 합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군대를 병역 특례로 해결하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공군 정보보호병으로 입대했습니다. 한 기수에 4명밖에 뽑지 않는 병과였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자대로 가자마자 행정병으로 보직이 변경됐고 그마저도 부서 간 티오 다툼으로 8개월 가까이 아무런 일도 없이 그냥 자리에 앉아있었습니다.
다행히 선임 부사관님이 바뀌고, 저에게 전산 장비 관리를 맡겼습니다. 당시 체계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제가 직접 관리 매뉴얼을 만들었습니다. 컴퓨터를 잘 모르는 대대원이 제가 없더라도 매뉴얼만 보고 해결할 수 있도록 글을 작성한 경험들은 기술 블로그를 하면서 쉬운 용어들로 최대한 풀어나갈 수 있게끔 하는 연습이 됐습니다.
매뉴얼이 완성되고 노고를 인정받아 2일의 포상 휴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은 최악으로 시작했지만, 제가 잘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았고 그 결과 대대 내에서 제 입지를 다질 수 있었습니다.
이 경험으로 인해 일을 찾아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개발할 거야 안 할 거야!]
전역 후, 개발 욕심이 있어왔던 저한테 보안을 계속할지, 개발로 전향할지 선택이 필요했습니다. 당시 코로나가 발생해 3D 취급받던 개발자가 유망한 직종이 됐던 상황이었습니다.
지인들의 강력한 권유와 개발로 전향한 사람들과 아닌 사람들의 취업 결과를 보고 개발자의 길을 걷기로 했습니다.
개발자를 선택한 건 후회하진 않지만, 너무 급격하게 떠밀린 게 아닌가란 생각을 합니다.
우직하게 시스템 공부를 했다면, 좀 더 기본기를 갖춘 개발자가 됐을 것 같지만, 이런 부분은 업무를 하면서 보완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길게 보고 있습니다.
[현재의 나는]
신입 개발자로 활동하면서 업무 도중 배운 것, 따로 적용해 보고 싶은 것들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실수한 것이든, 깨달은 것이든 퇴근 후에 카페로 달려가 어떤 경험을 했는지 글로 남기고 있습니다. 어떤 것들은 비공개로 그치지만, 이런 기록들이 모이면 비슷한 문제를 마주했을 때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라 믿습니다.
어쩌면 그 당시 기록에 소홀했던 이유는 글쓰기보다 결과를 보는 게 더 재밌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란 생각도 듭니다.
그때는 결과를 내는 것에 재미를 느꼈고, 지금은 그 과정을 나열해 제가 어떤 고민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에 재미를 느끼기 때문에 블로그 활동을 하는 것 같습니다.
[마무리]
글을 쓰고 나니 그동안 제게 뜻깊은 순간들을 기록하지 못해 아쉬웠던 감정들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개발하기 전의 경험들을 기록해야 하나 고민을 했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란 생각도 들었고, 쓴다 해도 그때의 저를 표현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엔 이런 식으로 글을 써볼까 했지만, 뚜렷한 동기 없이 쓰는 것이 좀 부끄러웠습니다. 하지만, 이번 글또 지원을 통해 제 삶을 돌아보고 기록하는 것에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어서 기쁩니다.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학 생활 절반 손해 봄(feat. 글또) (0) | 2024.10.09 |
---|---|
삼성 청년 SW 아카데미(싸피, SSAFY) 9기 수료 후기 (2) | 2024.01.04 |
SSAFY 2학기 특화 프로젝트 회고 (0) | 2023.10.09 |
SSAFY 2학기 공통 프로젝트 회고 (2) | 2023.08.20 |
SSAFY 9기 전공자 합격 후기 (7) | 2022.1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