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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차 회고

회사에 입사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났다. 연봉 협상도 아주 만족스럽게 끝났다.

현업 개발 경험과 대학생 시절 및 취업 준비 때의 개발은 많은 차이가 있었다.

기억은 갈수록 왜곡되기 때문에, 지금 기억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회고를 썼고 앞으로도 연차가 바뀔 때마다 회고를 쓸 계획이다.

최고의 코드는 돈 벌어오는 코드

"만약 민재님이 최신 기술들을 사용해 서비스를 개발했어요. 근데 아무도 이걸 안 써주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이 회사에서 1차 면접 때 들었던 질문이다. 처음엔 그냥 상황 면접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이런 경우가 많고, 이 회사에서도 이런 경험이 있단 것을 알았다.

 

잘 만든 프로젝트지만 수익이 안 돼 폐기하고, 새로 만드는 게 나을 정도로 오래된 프로젝트가 큰 수익이 되는 경우가 있었다.

이 경험을 통해 좋은 코드와 좋은 개발자가 무엇인지, 개발을 한다면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나만의 기준을 만들 수 있었다.

책 한 권만 읽은 사람이 무섭다

그게 바로 나다.

주워들은 거나 매체에서 본 방식이 아니면 바로 喝!! 을 외치면서 그럼 이거는요? 저거는요? 했었는데 정말 편협한 사고였다.

 

프로그래밍에 정답은 없다는 말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정답을 만들려 했다. 이런 실수 덕분에 요즘엔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겠네 하면서 유하게 넘어간다.

 

그래도 api response를 map으로 하는 건 못 참겠더라

돈 새는 곳이 많다.

기업의 목표는 이윤 창출이지만, 기술적 성장이나 성과를 부풀리기 위해 오버 엔지니어링으로 자원이 낭비됐다.

유행하는 기술 쓰겠다고 아키텍처를 복잡하게 만들어 기술 부채를 늘리고, 쓰지도 않는 클라우드를 결제해 달에 수백씩 나왔다.

 

현재 기술 부채 쪽은 걷어내는데 반년 잡고 있고, 방치되는 클라우드를 정리하니 주니어 개발자 연봉만큼 절감됐다.
새로운 기술을 리드한다면, 팀원들이 익숙하게 받아들일 정도까지 뿌리내려야 비로소 해봤다 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고 싶은 일만 못한다

회사는 개발 동아리가 아니라, 잡다한 일들이 자주 생긴다. 그리고 중소기업 특성상,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여러 일을 동시에 해야 한다.

 

이런 다양한 경험은 관리자가 되었을 때 개발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에도 신경 써야 하므로 좋은 경험이 됐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깊이가 부족해 소위 말하는 물경력이 될까 걱정이 된다.

그래서 이력서를 정리할 때마다 어떤 내용을 써야 할지 고민이 많다.
면접에 가면 “이거 해보셨어요? 그럼 이것도 아시겠네요?” → “이름만 들어봤습니다” → “아..” 흐름이 될 것 같고, 안 쓰자니 남는 게 없다.

 

쓰고 보니 메인 업무보다는 단발성 업무들만 많이 하다 보니 이런 고민이 생긴 것 같다.

주석은 매우매우 중요하다.

코드를 보면 흐름은 알겠는데 왜 이렇게 했는지 의문이 드는 경우가 많았다.

다행히 팀장님이 모든 히스토리를 알고 계셔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지만, 만약 팀장님도 모르는 히스토리였다면 많은 시간을 낭비했을 것이다.

그래서 주석을 작성하면 이렇게 히스토리를 최대한 남기려고 한다.

회사 코드는 좀 그래서 사이드 가져옴

 

단점은 수정하는 쪽이 주석 관리에 관심이 없다면, 코드와 맞지 않아 클린 코드에서 지적하는 남을 혼란스럽게 하는 주석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JIRA와 같은 업무 관리 툴을 이용해 관련 티켓을 링크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글 네이밍은 나쁜게 아니다....

처음 프로젝트를 여니 무수한 한글 네이밍이 나를 반겼다.

영어가 아니면 죽음을!

영어가 아니면 죽음을! 외쳐왔던 나한텐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코드여서, 용어집을 만들어 영어로 치환하려 했다.

하지만, 한자 기반의 도메인 용어 4글자가 영단어 4개로 바뀌게 되니 네이밍이 쓸데없이 길어지고 무엇보다도 다음 날 보니 만든 나도 알아보지 못하더라.

 

심지어 어떤 것은 구글 검색도 안 되는 관용적인 표현이어서 영어로 바꾸기도 어려웠다.

도메인 특성상 외국 개발자와 협업할 일이 없기 때문에, 이런 경우 한글 네이밍도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령 외국 개발자가 있더라도, 이 도메인을 하고 있다면 나보다 한국어를 잘하지 않을까?